미국 간호사 되기/미국 간호사가 되려는 한국 간호사들에게

진짜 뿌려야 하는 씨앗 3가지-미국 간호사 준비하기

간호사 캘리알앤 2023. 9. 26. 03:24

봄이 되면  저는,  저의 조그만 마당 한편에 한해 먹을 야채 씨앗들을 심습니다.  감사하게도 수확률이 괜찮아서 한 겨울만 제외하곤 마트에 자주 가지 않아도 되는 양들이 솔솔 히 나옵니다. 워낙 작은 마당이고, 식물 키우는 지식과 재주도 없지만 감사하게도 씨앗을 심어놨더니, 시간이 지나자 거두는 것들이 생겼습니다. 미국 간호사가 되려 한다면 여러분들도 그때가 되어 거두기 전에 뿌려놓아야 하는 씨앗들이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는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 3가지를 알아봤습니다.

이제 이번글에서는,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기 위해 진짜 중요한 조건 3가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앞 글의 최소한의 3가지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여러분은 사실 오늘부터 다루려 하는 조건들은 준비되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미국에서 간호사로서 근무 시작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미국에서 간호사가 되려는 이유 중에 ‘환자를 전인적으로 돌보고, 성숙하게 돕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면 오늘 얘기할 아래의 3요소는 그 목적을 이루는 데에 있어 핵심 조건들이 될 것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것, 그러나 시간이 걸리고 끊기가 필요한 그것… 하루라도 일찍 시작해서 충분히 준비하길 권유드립니다.

 

영어 회화 

 

 만약 당신이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었다면, 아마도 이 부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 매체와 방법을 통해 요즘은 국내파 이면서도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해외 유학 없이 대부분 한국에서 대학 나온 사람들에게 영어로 회화를 풀어가는 건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가까운 지인 중에 한국에서 학교 영어 선생님을 하시다가 이민 오신 분이 계십니다. 아이들이 10대 청소년 때 이민 오셨습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워낙에 한국에서도 영어는 보통 사람들보다 잘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미국에 오셔서 적응하시는 동안 영어로 도전받으실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분은 현재 본연의 성실함과 겸손함으로 관할 교육국에서 교육감이 되셨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오늘도 여전히 영어 단어장을 만들고, 영어로 책을 읽으며 공부하려 한다고 고백합니다.

 

높은 산을 올라갈 때, 좋고 효율적인 방법은 찾을 수 있어도, 그 조차도 생략하고 건너뛰는 방법은 없습니다. 가능한 시간을 들여 익숙해져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간호사 몇 년만 하면,  바쁜 일들 처리할 때 막아서시는 웬만한 거친 분들은 말발로 정리할 능력이 생기고,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웬만하면 응대가 가능한 게 간호사들 아닌가요? 기억에도 한 3년 차 정도되면 돗자리 깔아도 될 만큼 사람공부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근데 미국에서도 문화와 환경만 다르지 간호사란 직업은 대부분 환자라고 하는 사람을 만납니다. '거친 사람, 답답한 사람, 교육 수준 낮은 사람, 감정적인 사람, 피 말리는 사람…’, 병원엔 휴가내서 쉬러 오는 곳이 아니지 않나요? 우리는 아파서 어쩔 수 없이 오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냥 일만 해도 스트레스받는 날이 많은데, 사람 상대하다가 진이 빠지는 날도 수두룩합니다. 

 

다른 병원들도 비슷하겠지만, 내가 일하는 곳은 정부 기관이라 특히나 사람들을 고용할 때, 다양한 인종을 비율별로 뽑으려 애쓰는 것 같습니다. 각기 다양한 인종과 나라 출신인 사람들 중엔, 모국에 따라 발음과 악센트가 센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속으로야 어찌 생각하든 겉으로는 눈살을 찌부리지 않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어느 단계에 있던, 발음까지 연습하기 어려우면 그냥 회화 문장만이라도 익숙하게, 아니면 단어라도 많이 외워오십시오. 

 

누군가 천국의 화폐 단위는 ‘시간’ 일 것이라 말한 것을 기억합니다. 앞 글의 3가지 요건만큼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고 글을 읽는 오늘부터 차분히 시간을 들이십시오. 그렇게 되면 여러분은 그 시간을 들여 얻게 될 달콤한 열매를 반드시 누리게 될 것입니다.

 

 

영어로 된 전문적인 간호지식 


 한국에선 요즘 간호사들 간에 미국을 가던 안 가던 미국 간호사 시험을 많이 본다고 들었습니다. 본인 이력서에 줄 하나 더 붙이는 거라 생각한다고 하는 간호사도 만났습니다. 그런데, 20년 전 나를 비롯해서, 이 시험에 합격했다고 해서 미국 간호 지식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한국 간호사가 몇 명이나 될까 싶습니다. 미국에 살면서, 병원에서 일을 하면서도, 그 시험을 본 후 문제와 답을 잊는 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내가 시험본 내용과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등을  영어로 술술 주장해 낼 간호사가 얼마나 많을까요? 

 

 

문제는 우리가 일하게 될 미국 병원은, 그 시험을 설명하는 것보다 더 실제적으로, 순간순간 환자에게는 물론 의료인들끼리도 설명하거나 주장해야 될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의사가 오더 했으니 처리해야 하는 문화가 아닙니다. 의사의 오더는 담당 간호사인 내가 의아해하는 부분이 있을 경우, 서로 그 이유를 설명하고, 그 이유를 주장하고,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이 포함되기도 합니다. 미국 병원에서는 닥터도 간호사도 이런 부분에 논거를 제시하며 풀어가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우리가 환자에게 필요한 간호행위를 하게 될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환자가 그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이유와 근거를 설명하고, 때로는 설득 또는 환자가 선택하도록 돕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 과정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사실 영어를 얼마나 완벽하게 잘했느냐, 또는 대학교 때 얼마나 성적이 좋았느냐 아니면 설득의 기술이 얼마나 탁월한가 가 아닙니다. (물론 이 부분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의 진짜 핵심은, 내가 간호 지식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됩니다.

 

여러분은 진짜 공부를 하시기 바랍니다. 시험 성적, 아니면 시험 합격용이 아니라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지식을 외우시고, 공부하시고, 사고의 깊이를 더 깊이, 지식의 덩어리를 더 넓혀서 오시기를 권유드립니다.

 

다시 1번 조건과 같은 말로 2번의 조건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늘부터 차분히 시간을 들이십시오. 그렇게 되면 여러분은 그 시간을 들여 얻게 될 달콤한 열매를 반드시 누리게 될 것입니다.

 


미국 의료 시스템 및  배경 지식

 

미국에서 병원을 다니기 시작하고 일주일도 안돼서였습니다. 그날은 환자를 퇴원시키고 있었는데, 닥터가 퇴원 오더 처방전을 어디로  보내줄지(환자가 이용하는 약국에 직접 전산으로 보내준다는 얘기) 환자에게 물어봐달라 했습니다. 저는 그때 그걸 왜 환자에게 물어보지 의아했습니다. 그냥 당연히 병원 약국에 내거나 처방전을 주면 환자가 편한 데 가서 받지 않나 하고 말이지요.

어떤 환자가 자긴 EPO(의료보험의 한 형태)를 가졌는데 다음 달부터 없어질 것 같다고 메디칼 신청이 가능하냐 물어봅니다, 먼 말인지, 다들 바쁜데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 고민했던 날도 기억납니다.

 

한 번은 출근했는데 JAICO가 뜬다고 야단이었습니다. 그게 머지했는데, 조사하는 거라… 답은 하는데, 그때 물어봤던 간호사들에겐 그게 너무 당연한 지식이라, 그게 다였지 더 이상 설명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그 팀이 오자 미국 간호사들조차 환자방, 처치실, 창고방, 약보관방…등등 숨어서 나오질 않았습니다. 나중에야 그 조사단이 떠난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 팀은 정기적으로 병원들을 조사해서, 무작위 인터뷰를 하고 잘못하면 병원이 경고 또는 영업중지 처분까지 받을 수 있기에 다들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을요.

 

이곳에서 공부하고 자란 미국 사람들에겐 지극히 기초적인 지식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성인이 되어 들어간 간호사들에겐 마치 외계어처럼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리고  미국 간호사가 되어서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이 들어왔던 저에겐 첫 몇 년의 하루하루가 주눅이 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3번째의 조건도 1,2번의 조건과 같이 말을 맺습니다.

오늘부터 차분히 시간을 들이십시오. 그렇게 되면 여러분은 그 시간을 들여 얻게 될 달콤한 열매를 반드시 누리게 될 것입니다

 

저는 미국행을 결정한 지 한 달 만에 미국 들어와서 비교적 순조롭게 시험을 붙고, 곧바로 좋은 에이전시를 만나 좋은 병원에서 시작했습니다. 어찌 보면 순탄하고 부드럽게 진행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감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지난번 글의 3가지 조건이 빠르게 갖춰진 다는 건, 당시 저의 상황에 있어선 절실한 생존의 문제였으니까요. 그러나 오늘 얘기한 3개의 요건들을 준비 없이 들어온 저에겐, 첫 1년은 출근하는 아침마다 화장실에서 설사를 했고,  많은 스트레스와 긴장감 속에서 미국 병원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여러분, 미국 간호사를 준비하실 때 진짜 준비해서 오시도록 부탁드려요. 아마 초기에는 준비한 것들이 실생활에서는 보잘것없이 작게 느껴져 헛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느끼는 만큼의 열매를 아직 못 누렸을 뿐이지 여러분의 때가 되면 그 열매는 여러 형태로 익어 익어 눈부시도록 찬란하고 달콤한 보물로 거두게 될 것입니다. 시간을 들여 오늘부터 조금씩 준비해 보시길 권유드리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